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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조행기 3 - 11/30(일)
 그러니까 출조 두째날 11/30(일),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3개 조로 나뉘어 포인트에 진입했다. 각 포인트까지 함께 짐을 나르고 낚시방법을 일러준 후, 금새 다시 돌아 나오는 빅마마의 정사장과 가이드 미야모또씨는 체력이 엄청나게 좋은가 보다. 그저 부지런한 것인가? 그들이 맡은 임무이니 어쩔 수가 없는 거지만, 이들의 부지런함과 친절은 솔직히 우리의 기대를 넘는 것이었다. 글을 더 이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두사람께 감사를 표한다. 심심한 감사를. 먼저 초릿대-수평선님이 포인트로 진입할 동안 승합차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던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배 한 척이 파도에 따라 들썩거리며 위험하게 항해하는 모습을 보았 다. 장난 아닌 파도였다. 바람도 꽤 있었기에 과연 오늘 낚시가 가능할지, 또 내일 예정대로 귀항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며 새벽 어둠 걷히는 상대마도의 아침을 맞는 동안, 용의주도한 부감 님은 저쪽 길가에 불을 밝힌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외톨이 건물이 틀림없이 화장실일 거라는 확신을 굳혔나 보다. 부감님이 차를 떠나 바람속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느니, "용기있는 자만이 용변을 보리라!" 동일한 생리적 욕구가 있었으되 낯선 건물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던 오륙도님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부감님의 거동을 바라 보았을 게다. 가이드와 정사장이 돌아오고 두 조사의 용변 릴레이가 끝난 후 그 이름도 유명한 블루포인트로 들어갔다. 마끼 8개씩에 대가방과 보조백, 촬영장비를 나눠 지고 몇백 미터쯤 걸으니 도대체 이기 뭐하는 짓인가 싶은데, 뒤에 오는 오륙도님을 바라보니 불평보다는 '저양반 괜챦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며 '용변 릴레이는 참 잘 한 것이야' 라는 탄식이 절로 난다. 거제도 쪽을 바라보는 이 곳 해변의 이름은 기억에 없지만 우리가 블루포인트라고 명명한 지점과 그 일대 해안선은 아침에 본 듯 지금도 훤하다. 내리 3일을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거기서 낚시를 했으니 안그럴 수가 있나. 해변에는 물건너 한국에서 떠밀려온 쓰레기가 즐비해서 우리를 조금 부끄럽게 만들었던 이 블루포인트가 이번 대마출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루님과 내가 먼저 자리를 잡고 나머지 3분 - 오륙도, 부감, 방파제님은 한 3백미터쯤 더 걸어서 동굴포인트에 진입했다. 8시 반쯤부터 12시까지 블루님과 나는 2미터 수심의 발밑에서 25센티 전후의 벵에돔을 계속 걸어 올렸다. 20 이하는 방생 하며 한 30수씩 올리고 나니 슬 실증이 나기 시작한다. 혹여 감시가 있을까 싶어 거푸 캐스팅을 해보지만 역시 고만 고만 한 벵에들이다. 오전 조황 중 최고는 내가 잡은 38센티 벵에 였던 것 같다. 블루님과 내가 번갈아서 동굴포인트에 조황 탐문을 다녀오니 12시쯤부터는 물이 들어 우리 포인트에 접근 이 불가했다. 하는 수 없이 점심 공수를 기다리며 낮잠을 자는데 12시 반에 오겠다던 점심이 두시가 다 되어 나타났다. 별로 마음에 안드는 도시락을 들고 나타난 정사장과 미야모토 는 수평선-초릿대 조가 100마리 정도를 올렸는데 전부 잘아서 포인트를 옮겨주고 왔다고 전한다. 점심을 먹은 후에도 물이 빠지질 않아 포인트에 진입을 못하니, 블루님과 나는 하릴 없이 이바구로 시간을 떼우다가 또다시 낮잠을 청하며 물빠지 기만 고대하고 있었다. 한심스럽게도 대마도까지 와서 6시간 동안 한 데 잠을 자고 있자니 슬슬 부아가 끓는다. 뭐 이런 자리에 사람을 풀어서 시간낭비만 시킨담! 날이 어두워지니 동굴포인트의 3분이 철수해서 우리 자리로 왔다. 그사이 방파제님은 45센티 감시를 한마리 했는데 빵이 실하다. 해안이 꺽이는 곧부리에 절묘하게 파인 동굴 두개가 공룡 콧구멍을 연상시키는 그 포인트에서 2주전 국감님이 6자 감시를 걸었다고 하는데, 오늘은 맞바람이 있어서 낚시 하기에 불편했지만 그래도 오후 물때까지 열심히 손맛을 본 세사람은 어느 정도 오늘의 조과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6시 반에 도로옆 주차장까지 철수하기로 가이드 측과 약속 했으니 지금 함께 나가자고 한다. 그러나 그럴 수 있겠나? 오후 내내 초겨울 한 데에서 잠만 잔 우리는 도저히 이대로 철수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약해지려는 블루님을 재촉하여 아직도 한참 물이 빠지고 있는 갯바위를 조심스레 걸어나가 다시 포인트에 섰다. 이미 어두워진 바다, 발아래 파도가 깨져서 허옇게 부유하는 지점에 1.75대-2500릴-2.75원줄 -1.75목줄-2B전자찌 채비를 던졌다. 바리 입질! 딸려오는 묵직함이 오전의 잔씨알과는 다르다. 뜰채에 담겨 나온 벵에는 45센티. 그사이 블루님은 바위 2개를 왼쪽으로 건너가 작은 홈통에 열나게 품질을 해댄다. 같이 철수하자고 꼬시러 나온 부감님은 곧이어 터지는 블루님의 "뜰채! 뜰채!" 외침에 바위 두개를 넘나드느라 느닷없이 바빴다. 좀 있으니 어느새 부감님은 일행 두명과 함께 철수를 했나보다. 나도 블루님의 홈통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대물벵에 사냥을 시작했는데, 블루님은 거푸 올리고 나는 뜸하다. 블루님이 찌밑수심 얼마냐기에 2.5미터라고 하니, 딱 2미터만 주란다. 곧바로 나도 히트. 마끼가 떨어져가니 시간도 9시가 넘었다. 우리는 잡은 고기를 짊어지고 10시쯤 철수를 했다. 오늘은 단연코 블루님의 날이었다. 그가 개발한 홈통포인트에서 4 자가 넘는 벵에가 6마리나 나왔다. 마끼만 있었다면 수확은 더 좋았으리라. 일행보다 늦게 고단한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래도 고집 피우기를 잘했다며 서로를 위로했다. 본부에 돌아오니 멤버들은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식사를 미루고 있었다. 잡아온 벵에돔을 보며 모두가 입을 모은다. "우와, 고집 부릴만 했네! 내일 밤에 당장 다시 들어가자." 그러나, 4자 벵에돔에 감탄하며 흥분하고 있는 우리는 대마도의 촌놈이었다. 미야모토와 정사장은 고기들을 늘어 놓으며 실망한듯 말했다. "에이, 다 똥구로쟎아!" 여기서는 진꼬리가 아니면 똥벵에였던 것이다. 한순간에 블루와 나는 김이 샜다. 그래도 밥맛은 좋았다. 어젯밤 다들 무리를 했고 오늘 쉬지않고 낚시를 한 탓에 필리핀 여성들과의 만남은 다음 날로 미루고 푹 자기로 결정했다. 파도로 인해 내일 배가 안뜬다고 하니 천상 내일 하루 더 풀타임 낚시를 하고 방파제님과 초릿대님만 모레 화요일 오사카를 통해 부산으로 귀항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화욜 도 풀타임 뛰고 수욜에 대마-부산간 배를 타기로 결정했다. 일요일 출조기를 마감하기 전 빠뜨릴 수 없는 애피소드 하나는 내가 오전에 터뜨린 찌 두개이다. 5B와 3B 하나씩 해 먹었는데 그게 동동 흘러서 포인트 이동을 기다리던 수평선님의 눈에 띄었단다. 그런 내막을 모르고 혹시 일제 쯔리겐 찌인가 싶어 "재수다."를 외쳤는데 줏어보니 [탐찌] 여서 무지 실망했다나. 나는 죄없음이요. ---------- 평양성에 해 안뜬다해도 내는 모리오. 물 한사발 달라기에 떠준 죄밖에. ...... 월요일 (12/1)부터 누군가가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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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섬
2003-12-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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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by Bang-Pa-Ja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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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섬
2003-12-18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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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하나 더. 이날 내가 두개의 찌를 해먹은 뒤 블루님도 찌를 터잤는데, 잽싸게 뜰채질을 하는 블루님의 몸동작이 한마리 물찬 제비였다. 그런데 뜰채에는 살림망에 넣기 귀챦아서 팽개쳐 놓은 족히 35는 됨직한 구로가 한마리 들어 있었다. 이양반이 뜰채를 들며 고기 무게를 못느낀 것은 아닐진데, 주저없이 그냥 찌를 향해 뜰채를 날리는 거다. 그 사이 내가 "고기 들었어요. 고기!" 라고 몇번 왜쳤건만 저 선아는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찌건지기에만 몰두했다. 과연 찌를 건져내고 보니 구로는 해방되었다. 그러고 블루 왈왈 "저 찌가 저한테 너무 중요한 거라서 어쩔 수 없었어예!" 1.5초를 아껴 찌를 건지고 35 구로를 잃은 것이 득인가 실인가? 나로선 아무래도 안타까운 셈 이었으나, 저녁엔 생각이 바뀌었다. 35 똥구로 쯤이야! 찌가 훨 낫지. 그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수평선님이 물경 80개(60?)나 되는 찌를 어찌 유지하고 있겠나? 잊지못할 교훈 하나. [중요한 것은 찌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꼬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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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2003-12-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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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조행에 준비된 조행기 너무 재밌습니다 각기 개성이 뛰어난 분들을 생각하며 글을 읽으니 재미가 두배입니다. 대마에서 낚아의 기개를 높이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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