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물때의 가족나들이

오랬만에 가족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갔습니다.

오늘의 테마는 '바다게 잡기'

지금쯤이면 게가 틀림없이나올거라 확신하고 간단한 원투대 하나 달랑 차에 싣고
떠났습니다.
광안대교를 넘어 송정의 낚시점에 들러 게그물을 구입하고, 기장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집사람과 애들은 시장구경을 하는 동안 횟집에서 전어대가리를 얻어왔습니다.
다시 해안도로로 차를 달리면서 정겨운 해안풍경을 감상하고, 차창을 열어 맑은 공기를 흠뻑 맡아가며 도착한 곳은 임랑해수욕장.

철지난 해수욕장엔 갈매기와 몇몇 가족들, 연인들이 평화로운 전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백사장에 발을 내려 놓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난리입니다.
집사람과 준비해온 자리를 깔고 김밥과 음료수, 옥수수 등을 차려놓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푸짐해 보이는 것이 제법 그럴 듯 합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안 천천히 낚시대에 게그물을 설치하고 얻어온 전어대가리를 정성스럽게 끼워넣습니다.
아들을 불러 첫 캐스팅의 감격을 함께 맛봅니다.

던진다음 적당히 원줄을 사리고 낚시대는 뱃사장에 푹 꼽아놓습니다.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며 경치도 감상하고 집사람이랑 얘기도 나눕니다.

게가 냄새에 유인되어 그물에 걸리기 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한데다 일반낚시와 다르게 특별한 어신을 기대할 수 없어 초리대를 쳐다볼 필요도 없으므로 무조건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딸애는 벌써 바지가 물에 젖었지만 여유옷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걱정이 없습니다.

갑자기 하얗게 포말이 밀려가고 난 백사장에 무언가가 발견되었습니다.

예쁘게 반짝이며 팔닥팔닥뜁니다.

조그마한 멸치떼가 엄청나게 밀려왔습니다.

갈매기떼도 그것을 주워먹으려고 난리입니다.

드디어 집사람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예전 여름휴가때도 조개를 줍느라 빨갛게 살이 익는 줄도 모르고 열심이었는데 또 시작입니다.

집사람과 딸애는 멸치줍느라 정신이 없고 아들녀석은 돌팔매질로 갈매기를 맞추어 보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이제 슬슬 게그물을 걷어볼 때가 되었습니다.          

실패였습니다.
아마도 좀 더 멀리 던져넣어야 하나 봅니다.

다시 정리를 하여 이번엔 좀 더 힘껏 멀리 던져 넣습니다.

집사람과 딸애가 주운 멸치가 제법 됩니다.
           

주변으로 제법 여러명이 멸치를 줍고 있고 그사이 게를 잡으러 온 가족들도 한팀 더 생겼습니다.

정신없이 함께 멸치를 줍다가 틀림없이 이번엔 게가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 아들을 불러 자신있게 채비를 걷어보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 릴을 몇 번 감던 녀석이 힘들다고 엄살을 부려 대신 릴을 감았습니다.
           

좀 무겁긴 했고, 아까보다는 조금 더 무게가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역시 기다리던 게가 두 마리씩이나 한꺼번에 잡혀왔습니다.
           

아이들이 신기해 합니다.
           

조심스럽게 그물에서 그놈들을 떼어내어 밑밥통에 물을 받아 살려둡니다.
           

그렇게 게와 멸치를 잡으며 즐기다 해질녘 철수를 준비합니다.

애들과 쓰레기를 줍고 주변을 정리하고 차에 오릅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선 운전하는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골아떨어져 있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불빛들이 여유롭게 느껴지고... 한데 엉켜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룸미러로 보며 저절로 미소를 지어 봅니다.

2003년 9월 27일 황금물때